도토리

이오장

마른 하늘에 왠 천둥소리
의사당 잔디에 앉은 도토리가 놀라겠다
도토리에 알 낳아 떨어트린
거위벌레 꿈을 대신 꾸던 국회의원
머릿속에 똬리 튼 왕관 허상을
입으로 그리다가 색칠하지 못하고
백지 접어 모자로 쓴 천막 아래
부화의 틈 잡은 구더기 모여든다
마구잡이로 잘라버린 풋도토리마다
쉽게 쏟아 부은 욕망의 말씨
깨어나기를 기다리다 지쳐
한통에 모여 땅을 친다
흙과 콘크리트 구분하지 못한 무지랭이
손으로 팔 흙덩이를 입으로 파다가
매마른 무궁화 머리에 꽂았다
농사꾼은 농사
공학자는 우주를 향해 달리는데
선동의 대가로 얻은 금배찌에
아스팔트가루 칠하고
벌건 대낮에 가마솥 밑 숯검뎅이 찾는다
이제 대신 울어주던 매미는 허물만 남아
가까이 소리쳐 줄 입이 없는데
거위벌레알 실은 도토리 하나
여의도 광장에 혼자 뒹군다

이오장 시인
이오장 시인

이오장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이사로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부천문인회 명예회장으로 활동. 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 <99인의 자화상> 등 18권과 동시집 <서쪽에서 해 뜬 날> <하얀 꽃바람>, 평론집 <언어의 광합성,창의적 언어>가 있다.

정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