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AS

검색영역

서울문화재단 블로그 입니다

서봉석(sbs3039)
포에라마라는 장르는(Poem + Drama)시를 형용동작이 있는 일인 시극으로 좀 더 즐길 거리가 있는 입체적 종합 예술로 업그레이드 하자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를 개척하고 시연한 시인으로는 포에라머 공혜경이 있다.


시 사랑하기  바빠 늙을 틈 없네. 포에라마

블로그 상세 보기

서봉석의 글 꼬까신 이오장시인겸 평론가의 글 평
2023-06-10
조회수 : 473
이오장 시마당. 서봉석 시인
벽오동 이오장추천 0조회 523.06.10 09:10댓글 0

꼬까신

 

서봉석

 

고무신이라도 색색 꼬까신

아장걸음으로

말랑말랑하게 길 걷기 시작해서

육 문 반, 팔 문 반 하더니

어느 날 성큼 커진 발로

세상 딛던 발자국을 모두 모아 놓고 보니

산만큼 쌓이고

길기는 여러 강 잇대인 듯 하다

해 든 길만 걷는다고 모로만 닳은 뒷굽

고개 넘는데  또 언덕 생기는 것을

해마다 갈아 신겨 주시는

새 신은 이제 몇 더 남았는지

숲 그늘 만나면 보지 않아도

그냥 그윽한 노송 그늘인가

넉넉하다 싶어 이제는 그만 쉬고 싶어...!

꼬가 신도 흙만 밟고 왔는지

꿀 강냉이도 안되는 헌 것 되어서도

아직도 높기만 한 저기까지 가자면서도

꽃신이 제 꽃 그림자 내려놓는 소리

길이 먼저 놀 빛 몰래 글썽거린다

 

 

자신의 생을 한 편의 글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저마다 억울함, 외로움, 고난과 슬픔, 무용담 등을 갖가지의 표현력으로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풀어낸다. 부끄러움, 죄의식, 가난 등은 빼버리고 자랑 하고 감추면서 장황하게 늘어놓은 설명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생각을 하게 하는지를 모른다. 수 많은 자서전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면 전부가 자랑이고 허풍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는데 사람은 어떻게 살았어도 대동소이 하므로 아무리 자랑을 해도 누구나 알아 챈다. 서봉석 시인은 자화상을 썼다.  사물을 언어로 형상화 시켜 지나온 삶을 심상(心象), 영상(映像), 표상(表象) 등으로 감각적 이미지를  만들었다.  생을 유아기, 아동기, 청소년기, 장년기. 노년기로 구분하고 그때에 맞는 사물의 이미지로 삶을 표현한 것이다. 누구든 자화상을 쓰지만 이렇게 적합한 사물을 찾아내기는 쉽지 않고 찾아냈다 해도 구성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꼬까신으로 부유한 아동기를 보내고 왕성한 청년기를 힘차게 걸어와 닳은 뒷굽을 갈아주며 이제 몇 번이나 새 신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노년은 슬프다. 숲에 들어가 그윽한 노송 아래 몸을 부려놓고 쉬고 싶은 나약해진 늙음, 한 생을 돌아보니 꿀 강냉이 한 줌도 안되고 남아 있는 생의 끝자락은 아직도 높기만 하다. 언제적 꽃신이었던가. 신겨주던 어머니는 꿈 속에만 계시고 지나온 삶을 천착해보니 남겨진 게 아무것도 없다. 누구나 그렇게 살지만 왜 이렇게 허무한 삶을 보냈던가. 눈물로는 모자라고 통곡을 해도 부족한 삶은 회한만 남는 것인가. "길이 먼저 놀 빛 몰래 글썽인다" 라는 표현은 절창으로 시인의 삶이 어떠했는 지를 말해준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