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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봉석(sbs3039)
포에라마라는 장르는(Poem + Drama)시를 형용동작이 있는 일인 시극으로 좀 더 즐길 거리가 있는 입체적 종합 예술로 업그레이드 하자는 것에 그 목적이 있다
이를 개척하고 시연한 시인으로는 포에라머 공혜경이 있다.


사랑하기  바빠 늙을 틈 없네. 포에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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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의 시마당-
2023-04-23
조회수 : 491

이오장 시마당 서봉석

작성자벽오동 이오장|작성시간23.04.17|조회수63목록댓글 0

홍예문
 
서봉석
 
홍예문은 
열고 닫아야 하는 문짝도
걸고 풀어야 하는 빗장도 없다
어린 내가 지나가도 그득했고
젊은 날로 서성거려도 늘 다정하다
서해 갯 냄새가
슬픔으로 기쁨으로도
바람 불려 다니고, 때때로
외가 오가던 길
어머니 손잡고 지나다가
"엄마" 하고 소리치면
찬 돌에도 더운 맘은 있는지
"얘야" 하고 대답하던
우리 메아리가 살며 정든 곳
불현듯, 그 어리광이 그리워
일부러 찾아가 다시 불러 보니
이젠 웬 늙은이의
목 쉰 목소리 혼자 덜렁거릴 뿐
서로 정 나눔 하던 애틋함이 없다
홍예문도 한참 작아진 키로
함께 놀던 옛날은 잊어버리고
돌벽 움켜쥔 담쟁이가
옛 사진처럼 푸르기를 바라지만
애꿎게도 단골이 된 식은 바람만
애간장에 옛날을 안아보다 간다 
 
수구초심(首丘初心) 여우는 죽을 때가 되면 머리를 굴쪽으로 둔다는 말이다. 사람도 삶을 위하여 떠돌다가도 마지막에는고향으로 향한다는 뜻이 된다. 자신이 낳고 자랐던 고향은 삶이 끝날 때까지 영향을 준다. 잠시도 잊지 못하고 꿈을 꿔도 고향을 무대로 펼쳐진다. 삶의 과정에서 시간적으로나 순서상 맨 앞에 놓이는 부분은 가장 중요한데 사람에 있어 고향은 처음 시작한 곳이므로 절대적인 우선이라 할 수 있다. 서봉석 시인은 인천에서 태어나 타지에서 떠돌다 인천으로 돌아간 대표적인 향토 시인으로 인천을 품고 인천을 사랑하는 시인이다. 인천은 대표적인 항구도시로 근대화의 첫걸음을 시작한 곳이다. 최초의 개항지, 최초의 철도, 최초의 우정국, 최초의 호텔, 최초의 조계지, 최초의 외국은행,  최초의 외국인 별장, 학교 등등 수 많은 최초의 수식어가 붙은 근대문명의 시작점이다. 그중 홍예문(虹霓門)은 일본의 착취와 한국인의 정서를 파괴한 구조물이다. 일본 조계지의 영역을 확대할 목적으로 만석동의 혈을 뚫어 을사늑약의 목적을 실행한 통행터널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혈문 (穴門]으로 불렸다. 일본에 의해 완전히 국권이 사라진 경술국치의 두 해 전인 1908년에 공병대에 의해 개통되어 만석동과 송월동을 이어주는 역할을하여 지금도 완전하게 보존된 치욕의 구조물이다. 시인은 바로 그 부근에서 태어나 성장하였고 삶의 전부에서 지울 수 없는 장소다. 삶의 터전을 돌고돌아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하여 문짝이 없고 빗장도 없는 홍예문에 서서 옛날을 그려보니 이제는 웬 늙은이가 담쟁이를 바라보며 서성거린다. 삶은 이동수단이 발달하면서 부터 더 힘들어 진다. 기차가 생기면서 타지를 알게 되고 문명의 발달 만큼 욕망이 커져 타향으로 떠나게 한다. 하지만 고향은 기다려주다가 마지막을 품어준다는 것을 절실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이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