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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의 사회적 예술적현실

등록일 2021-12-16 등록자 회원 이미지 전지나 조회수 1,098

큐레이터의 예술적 사회적 현실

 

전지나 (예술청 아고라 연구원)

 

큐레이터란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큐레이터는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유물이나 작품을 분석하고 연구하고 관리하는 전문직을 지칭한다. 오늘날 큐레이터는 학예연구, 전시기획, 교육, 아카이빙, 행정까지 다양한 업무를 담당하며, 예술품(작가)과 관객을 매개하는 매개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1960년대부터 현대/동시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와 수요가 늘어나며 관련 미술관, 박물관, 갤러리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1980년대는 국제적 대형행사(비엔날레, 트리엔날레)가 개최되며 기관에 속하지 않고, 전시를 기획하는 독립큐레이터가 등장하고 주목받게 된다. 사실상 이 시기부터 큐레이터는 저자성을 확보하고 미적담론의 생산자라는 위상을 가지게 된다.

 

한국에서 큐레이터(학예사)의 역할은 <박물관 및 미술관진흥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여기서 박물관미술관 사업을 담당하는 인력을 학예사라 한다. 학예사는 국가의 자격제도 시험을 통과한 인력들로 그들이 수행하는 사업은 작품(자료)의 수집·관리·보존·전시, 교육 및 전문적 학술적인 조사연구, 보존과 전시 등에 관한 기술적인 조사연구, 강연회·전시회·영사회 등 각종 행사의 개최, 박물관 자료에 관한 복제와 각종 간행물의 제작과 배포, 국내외 기관과의 유기적 협력 등이 있다.1) 이는 전통적 기능의 큐레이터 역할이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획자 중 한 사람인 한스올리히 오브리스트는 큐레이터 역할을 네가지 기능으로 구분하였다. 첫째는 보존, 둘째는 새로운 작품의 선정(소장품 컬렉션), 세 번째는 미술사에 기여하는 역할(연구), 마지막으로 전시기획이 있다. 마지막인 전시를 만드는 것이 현대적 예술실천을 정의하는데 가장 근접한 것이라 하였다.2) 즉 현재의 큐레이터는 전통적인 역할을 벗어나 시대와 사회의 요구에 따라 역할이 바뀌고 있다. 이에 따라 큐레이터에게 요구되는 역할, 역량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큐레이터의 사회적 현실

 

우리나라에서는 미술관 박물관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90년대 학예사 자격제도를 만들었다. 자격의 종류는 1·2·3급 정학예사, 준학예사가 있다. 이는 국가에서 문화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1000개의 미술관, 박물관을 만들자는 목표 아래 정책적으로 인력에 대한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전국에는 944개의 미술관 박물관이 있다.) 3) 이 제도는 자격증을 가진 비전문적 인력의 양산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실제 준학예사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학예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관련 기관에서 일할 기회가 많지는 않다. 학예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다시 국공립 박물관·미술관을 가기 위한 바늘구멍 같은 시험을 통과해 국공립 기관큐레이터가 된 사람들은 잘된 케이스라고 말한다. 사전 좌담회에서 기관큐레이터는 실제 국공립 우대조건을 보면 학예사 자격증이 필수는 아니다라며 실효성이 없는 자격제도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다. 2019 문체부에서 발표한 박물관·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에 따르면 관련기관에 종사하는 학예인력의 전체규모는 18년 기준 7,322명이고, 이외의 학예인력의 고용형태·처우 등에 대한 실태파악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4) 또한 학예사 자격증과 실제 채용으로 원활히 연동되지 않고, 자격증에 필요한 경력인정기관의 전문성과 현실적 문제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 하였지만, 실질적인 개선방안은 찾아보기 힘들다.

 

기관-독립큐레이터를 떠나 진짜 현실 문제는 계약직 큐레이터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비정규 계약직 고용의 형태는 짧은 고용기간으로 인해 단순 잡일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게된다결국 현장에서의 교육이나 조직 내 숙련의 기회가 부족해지고, 중장기적 업무를 계획하지 못하게 되면서 실무 경력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전문성 약화로 이어지게된다2009년 한국 미술관 큐레이터 실태조사연구에 따르면 응답자 129명 중 약 90%가 석사 이상의 학력을 가지고 있고, 평균연봉은 2,732만원으로 비교적 낮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체응답자 32%만이 정규직이며, 이중 절반 가까이가 계약기간이 1년 안팎이었다.6) 2009년 학예인력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루어지고 나서 2010년 큐레이터의 처우과 현실에 대한 많은 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엔 관련 글이나 공론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만큼 관련 조사가 선행되어야 할 듯하다. 덧붙여 예술가의 아티스트피처럼 기획자의 기획비에 대한 인식도 확대되고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큐레이터의 예술적 현실

 

80년대 대규모 국제 전시의 증가로 인한 독립 기획자의 활동들과 큐레토리얼 담론의 진화에서 큐레이터의 위상을 찾아볼 수 있다. 큐레이터십은 미술제도 맥락으로 컬렉션을 관리하는 직무로부터 전시기획 실천, 독립성, 비평적 개입, 실험적 형식이 되었고, 80년대 본격적으로 학문적으로 연구된다. 전시는 비평의 독립체로, 큐레이터는 작가로서의 큐레이터의 단독작업으로 이해되기 시작했고, 큐레이터의 글은 예술작품과 유사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 시기부터 큐레이터는 본격적으로 담론 생산자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대표적으로 하랄트 제만, 얀 후트, 루디 후프같은 큐레이터들은 많은 작가들과 함께 예술 담론을 이끌어냈다. 5) 큐레이터의 높아진 위상에 대해서, 큐레이터가 권력을 가지게 되었다면서 작가선정의 형평성이나 예술 담론을 몇몇 사람이 이끄는 것, 작가와 작품이 담론을 위한 도구화 등을 우려했다. 여기에 하랄트 제만은 인터뷰를 통해 큐레이터의 매개자의 역할과 생산자의 역할의 변화와 균형을 말하고 있다.

 

큐레이터는 융통성이 있어야한다. 어떤 때는 하인, 어떤 때는 조수, 어떤 때는 미술가들에게 어떻게 작품을 표현해야할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주어야 한다. 그룹전에서는 코디네이터, 주제전시들에서는 발명가가 되어야한다, 그러나 큐레이팅에 관해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열정과 애정으로, 약간의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듯이 해야한다.”- 하랄트 제만 7)

 

“1980년대까지 큐레이터는 제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예술작품을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 또는 저자로서, 많은 주제전에서는 이런 식의 위험을 무릅썼다. 하지만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은 그들이 종속된 큐레토리얼 제안이나 전제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전시는 시작부터 그 과정을 이끌어야하는 예술가들의 참여이고, 예술가들과의 대화와 협업을 통해 가장 잘 만들어진다. 또 다른 긍정적인 발전은 여러 인물들이 함께 전시를 큐레이팅하는 것이다. 제만의 세대에서는 큐레이터가 종종 개별적 존재였지만, 오늘날 많은 전시는 많은 큐레이터들 간의 협업으로 특징지어진다.”- 한스 올리히 오브리스트 8)

 

 한스 올리히 오브리스트는 위의 글과 같이 큐레이터의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예술가와의 소통과 협업을 강조한다. 이에 대해 사전좌담회에서  큐레이터의 권력에 대한 오해와 작가와의 소통 경험들을 물었다. 기관큐레이터는 작가에게 저를 소개할 때, 결국은 어떤 박물관 학예사라고 먼저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요. 그럼 시작부터 작가와 나의 관계는 경직된-보이지 않는 벽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건 나의 권력이 아니라 오랜 권위주의와 관료주의 사회에서 발전해온 기관의 권력이예요!” 독립큐레이터는 저는 권력이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실제로 가지고 있지도 않고요. 저의 기획을 가지고 그에 맞는 작가를 찾는 일은 새로운 관계 형성이고 매번 조심스럽습니다.”며 사실상 권력보다는 서로에 대한 역할에 대한 이해충돌이나 소통방법, 태도의 문제가 많다고 이야기 했다현직 큐레이터들은 입을 모아 “행정에 많은 힘을 소모하게 되지만이 능력이 가장 하다고 답했다. 기관큐레이터는 자신의 업무에 90%가 행정으로 이루어진다며 기관에서 담론이 나오기는 사실상 힘든 구조라 말했다. 큐레이터의 예술적 이상과 사회적 현실의 괴리와 매개자-생산자의 역할과 균형은 어려운 실천의 문제로 남는다.

 

현대의 큐레이팅은 단순히 공간전시의 형태로 귀결되지 않는다. 결과물은 출판물, 아카이브, 컨퍼런스 등 다양한 형태가 될 수 있다. 또한 2년간 겪은 펜데믹 상황 안에서 온라인전시나 메타버스 공간이 활용된다는 점은 또 다른 형식의 큐레이팅과 담론이 탄생할 것을 예상케 한다. 따라서 큐레이터들은 이러한 사회나 시대의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큐레이터에게 요구되는 전문성이라는 것은 무엇일까도 고민해볼 문제다. 마지막으로 예술현장의 플레이어로서 연결되는 관계들을 되묻고 소통의 방식과 태도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어디에서 어떤 태도로 만나야 할까?

 

(참고자료)

1) 한스 올리히 오브리스트, 양지윤역, 큐레이터 되기, 아트북프레스, 2020, p34. 인용.

2) 국가법령센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3) 문체부, 2020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 2021.

4) 문체부, 2019 박물관 미술관 진흥 중장기 계획, 2019.

5) 폴오닐, 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 큐레이팅의 문화, 문화의 큐레이팅, 더플로어플랜, 2019. pp 8-11 재구성.

6) 한국큐레이터협회, 2009 한국미술관 큐레이터 실태조사연구, 2010.

7) 한스 올리히 오브리스트, 송미숙역, 큐레이팅의 역사, 미진사, 2013. p151. 인용.

8) 한스 올리히 오브리스트, 양지윤역, 큐레이터 되기, 아트북프레스, 2020, p.41.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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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법령센터,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KSMART, <한국의 학예사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개정과 관련한 학예사 자격제도 개선문제>

문체부, <2020 전국 문화기반시설총람>

문체부, <2019 박물관 미술관 진흥 중장기계획(2019-2023)>

예술경영웹진, <큐레이터는 팔방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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